몇 일전 끔찍한 사고소식을 들었다. 반대편에서 신호를 어기도 달려오는 레미콘차가 순간 장애물을 피하려다 사거리 급커브에서 속도에 따른 무게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히는 바람에 신호대기중인 승용차를 덮치고 말았다. 그 승용차 안에는 성당봉사활동을 가는 세 사람의 고귀한 생명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 우리들 일상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 사고는 신호가 바뀌기 전에 사거리를 통과해야 시간과 연료를 절약 할 수 있다는 일부 운수업 종사자들의 급한 마음과 처음부터 길들어진 잘못된 습관에서 기인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서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잘못된 운전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37년 만에 우리나라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천명 이하로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4명으로 OECD최하위로 OECD국가 평균 1.1명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1.3명, 일본0.7명, 영국0.5명에 비하면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면서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운전습관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운전하는 습관이야말로 그 나라의 국민성을 알 수 있는 잣대이다. 대부분 선진국가의 국민들은 여유롭게 운전하고 철저하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성인군자 같은 소리가 아니다. 일본인들은 극히 위험한 일이 아니면 차량 뒤꽁무니에서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고 정평이 나있다.  

우리 주변에는 조금 먼저 갈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싸움으로 번져 하루일과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창문을 열고 험악한 욕설을 퍼붓거나 멱살을 잡고 싸우는가 하면 어떤 이는 흉기를 휘두르다 팔자에도 없는 교도소 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경우가 생길까? 곰곰이 생각해보자!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 때문일까? 점잖은 사람들도 운전대만 잡으면 갑자기 성격이 돌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필자는 처음부터 우리나라의 운전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때 운전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보다 양보운전을 하고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는 정신교육이 안 되었다.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인하여 생기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인간관계를 삭막하게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난폭하게 만들어 사회악을 조장하고 있지 않는가?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큰 국력소모가 아닐 수 없다.

나이를 한두 살 먹어가면서 운전하는 습관도 많이 변했다. 요즘은 운전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화를 냈다면 그 즉시 반성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번은 조금 먼저 갈려고 앞에 서서히 가는 차량 뒤꽁무니에 바짝 붙여놓고 경적을 울린 적이 있었다. 앞 차량도 경적 소리에 기분이 나빴는지 옆으로 양보해주지도 않고 속력을 내어 빨리 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뒤에 따라오는 차량을 비아냥거리며 더 속력을 낮추었다. 이런 경우는 운전자라면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조금 빨리 갈려고 앞 차량 뒤꽁무니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이나 뒤 차량이야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양보하지 않은 사람이나 똑 같은 사람들이다. 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리며 재촉한 사람만 기분이 상할 뿐이다.

또 이런 경우가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1분이라도 빨리 가려고 앞 차량들을 모두 추월해서 달린적이 있었다. 기분으로는 5분정도는 충분히 먼저 가는듯했다. 그러나 톨게이트에 도달하자 앞서가는 차들이 정체되면서 내가 추월했던 차량들도 바로 옆 차선에 와 있었다. 기껏 달렸던 것이 체 1분도 빨리 달리지 못했던 것이다. 순간 창피해서 얼굴을 돌릴 수 가 없었다. 또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TV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에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 두 대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오다 맞닿을 때가 있다. 서로가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한 차량이 라이트를 켜서 빨리 양보해라고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가 하면 심지어는 경적을 울려대며 “나는 절대 양보 못한다”며 더욱 강도 놓은 신호를 보낸다. 생각해 보면 이처럼 무모한 행동이 또 있을까? 이런 경우는 어느 한 사람이 빨리 체념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자칫 큰 싸움으로 번져 서로가 큰 상처를 입고 만다. 누군가 양보를 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막은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운전을 시작하면서 “양보하고 배려하자”라고 다짐을 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양보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하면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해진다. 운전을 하다보면 도처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매사에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설령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 해도 여유롭게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게 된다.

혹자는 “운전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 양보한다고 되는 일이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실천해야 되는 일 아닌가? 한 사람 한 사람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운전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진정한 선진국민의 반열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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