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종다양성 확보를 위한 세풍 습지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이하 한전)에서 광양세풍일반산업단지 인근, 154kV 광양항~율촌 T/L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지난해 12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법정보호종 Ⅱ급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발견되었다.

세풍발전협의회와 전남녹색연합은 한전과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에 따라 법정보호종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1~2월 공사 중지와 조류전문가들의 겨울 철새 현지 조사를 진행케 했다.

현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법적 보호종 10종(멸종위기 Ⅰ급 매를, 멸종위기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새매, 참매, 검은머리갈매기, 황조롱이)의 서식과 그 밖에 조류 65종 2,021개체 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차례 현지 조사로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하면, 1년 동안 계절별 조류조사를 한다면 현지 조사보다 3배 이상의 많은 종이 관찰될 것이라고 예상되며 개체 수도 최소한 5,000마리 이상일 것으로 예측한다.

세풍 저류지는 광양의 동·서천하구 주변 습지를 간척지로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곳으로 갈대밭이 잘 발달 되어 있고 기수를 유지하고 있는 습지이다. 우점종은 흰뺨검둥오리이고 아우점종은 종다리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는 청둥오리와 민물가마우지, 혹부리오리, 대백로, 넓적부리, 쇠오리, 홍머리오리, 뿔논병아리 등의 순으로 많이 관찰되었다.

세풍 습지는 얕은 수심으로 인해 물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터가 되고 있다. 문헌조사와 현지 조사를 종합해 볼 때 광양시의 유일한 세풍 습지는 겨울 철새 외에도 계절별 다양한 철새들이 도래하고 있으며, 철새들의 서식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어 철새 서식지로서 보전 가치가 높은 습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이 개발 중인 154kV 광양항~율촌 T/L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저류지의 해안 경계를 따라 예정되어있어 저류지와 해안을 수시로 넘나드는 저어새류, 오리류와 백로 등의 조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송전선로에 조류 충돌이 자주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전선과 추가적인 송전탑개발은 세풍 습지에서 해안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들에게 불편함과 전선 충돌을 우려하여 많은 철새가 서식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전은 현지 조사 결과를 세풍 습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보호종 보호 대책 마련보다는 송전선로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결과보고서로 축소 시키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한전 입맛에 맞게 조정하였다. 더욱이 광양시에 유일하게 남은 습지를 몇몇 마을 주민에게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으로 매수하여 세풍 습지를 보전하고 지키려 하는 광양시민들의 진정성을 기만하였다.

한전은 법정보호종 저감 대책 및 이행계획으로 ①철탑 No.5~8 송전선로의 가공지선에 조류인지 가능한 전선 표지 설치 ②철탑 No.5~8 철탑 상하부에 각각 최소 2개의 근자외선램프 설치 ③신설 철탑 No.5~8 구간 하부 저류지 주변 기설 가공 배전 선로 지중화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송전선로에 마커와 같은 전선 표지 부착과 지주에 근자외선램프 설치로 국내나 해외에서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성과를 낸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음에도 저감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현지조사 결과에서도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근적외선 램프(near-ultraviolet light)를 설치한 후에 캐나다두루미의 전선 충돌 가능성을 98%까지 줄일 수 있어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하지만 한전은 조류 충돌 저감 효과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근자외선램프 설치로 조류 충돌을 줄일 수 있다면 근자외선램프의 성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또한 광양항~율촌 송전선로 No.1~8 첩탑과 전선에 조류 충돌 저감 대책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No.5~8 일부 철탑에만 적용하려 하고 있다.

한전의 저감대책 이행계획은 노랑부리저어새나 야간에 이동하는 조류의 충돌을 최소화하기엔 미흡한 대책이다. 야간에 전선 충돌을 막는 증명할 수 없는 방법을 내세우며 송전선로로 인해 조류의 충돌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조류 충돌을 줄이는 정도에 머무는 졸속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해당 공사의 승인기관인 광양시는 광양의 유일한 습지 생태계의 보전과 보호의 책임을 외면하고 광양시민들이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조성에 대한 염원을 외면하였다. 한전이 제출한 졸속 법정보호종 저감 대책 및 이행계획을 관계부서의 의견이나 민원제기한 주민이나 시민단체와 현지 조사 결과보고서 검토도 없이 지난 4월 4일 서둘러 공사재개 승인을 처리하였다.

광양시의 생물다양성 보호 대책은 존재하는가? 공사재개 승인과정에서 한전이 내세우는 저감 대책 방안들이 합당한지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꼼꼼히 살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와의 협의 과정을 철저히 무시하였다. 광양시의 생태계 보호 및 생물다양성 인식 수준은 존재하고 있는지 엄중하게 묻는다! 광양에 유일하게 남은 세풍 습지의 보호와 보전 가치는 외면하며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어떠한 고민도 없이 공사를 서둘러 승인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아울러 세풍 습지를 찾는 멸종위기 보호종들의 보호 대책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2. 04. 19

전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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